IT세계에서 기획자로 살아남기



저는 주로 IT 스타트업에 몸을 담아온 기획자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기획자라는 위치는 참으로 애매합니다. 


지금 저는 마케팅 회사의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만,

스스로의 포지션이 무엇인지 가끔 의문을 가지기도 합니다.

이 이유를 꼽자면 아마도 IT 기획자의 타성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IT 기획자가 하는 일이라면,

서비스 설계, UI/UX 설계, 서비스의 시장 설정,

개발 우선순위, 마일스톤 설정, 단기계획 수립,

외부 조율, 마케팅... 등 실무에서 움직여야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IT 기획자'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팀의 미래를 설계하고, 만들고 싶은 팀과 회사가 있었고,

만들고 싶은 세상이 있었습니다.

그레서 제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IT가 가장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IT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IT 기획자로 제가 했던 일은

스스로의 포지션과 역할에 대한 고민들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일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밑단에서 

너무 일을 열심히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주로 개발자/디자이너가 '하지 않는일'에 집중했습니다.

팀이 원활히 돌아가기위해선 아무도 하지 않지만 필요한 일을 해결해야 합니다.

저는 그런 일들을 도맡아 했습니다. 

그러나 기획자가 할 일에 포함될지 몰라도,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서비스와 UI/UX로 시름하고 있을 

IT 기획자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사실 서비스와 UI/UX를 설계하는 일보다,

'컨셉'에 집중하라고 말입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판매하는 일의 가장 큰 핵심은 '브랜딩'입니다.

고객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단순히 '니즈'가 아닙니다.

물론 니즈를 포함하기는 합니다만 추상적으로 그 이상이다 라고 말한다면 쉽게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구매를 할 당시에 감정을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새로운 핸드폰을 구입할 때, 정말 필요에 의해서만 구입할까요?

왜 최신형 핸드폰을 구입하고 싶고, 

금액의 차이를 알면서도 상위 기종을 구입하고 싶은 것일까요?


정말 딱 필요에 의해서 구입한 핸드폰에서 아쉬움을 느낀 적은 없었나요?

반대로 필요를 넘어서는 핸드폰을 구입하고 뿌듯함을 느끼지 않았나요?

또한 삼성의 겔럭시, LG의 G시리즈, 애플의 아이폰은 다 똑같은 핸드폰인가요?


결론적으로, 우리는 제품과 서비스만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과 서비스에 포함된 '이미지'까지 구입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제품과 서비스가 가지게 될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브랜딩이죠.

그렇다면 이 브랜딩을 하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요?



바로 '컨셉'입니다. 

브랜딩은 사실 기획자가 의도한 그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의 이미지나 외부 요인 등을 고려해야하죠.

겔럭시의 폭탄폰이라는 이미지는 결코 기획자의 의도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자는 제품의, 서비스의 컨셉을 만들어야 가야 합니다.

UI의 편의성이나, 디자인의 호불호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일관된 컨셉을 가지고 실행된 UI와 디자인은 

팬을 만들 뿐만아니라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와 구별되는 특징이 됩니다. 

그리고 이 컨셉이야 말로 브랜딩의 실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팅 회사이고, 저는 마케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손발을 움직여야할 이유가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손이 허전하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만,

어쩌겠습니까. 기획자란 사자 놀음인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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